본 영화가 TV에 나올 때가 중, 고등학생이 되었을 즈음입니다. 검열이 심했던 그때 TV로 봐도 무시무시했는데 스크린이나 미디어로 보면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도 못 할 지경이어서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을 못 보고 지냈더랍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오리지널을 볼 기회가 생겼는데 피와 살과 뼈가 나오지 않아도, 인간의 상상력만으로도 오금이 지리는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양들의 침묵을 보고 나서 한동안은 공포, 스릴러물을 보지 않았더랍니다.
영화소개
"양들의 침묵"은 조나단 드미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드미는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영화를 감독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영화와 TV드라마 제작자였습니다. "양들의 침묵"에 대한 그의 작품은 1992년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서스펜스 스릴러를 즐겨보는이라면 양들의 침묵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개봉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작품은 심리 스릴러 장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나올 스릴러물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이토록 양들의 침묵에 끌리게 되는지 알아보지요.
토마스 해리스
양들의 침묵은 그전부터 꽤 유명했던 작가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1981년 한니발시리즈의 시작 레드드래곤이 발간되고 후속 편으로 양들의 침묵이 대박을 터트리고 영화화까지 슈퍼대박을 치게 됩니다. 해리스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모든 설정과 사건을 수동적으로 연결하는데서 기반하는데 그래서인지 상당히 치밀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인간적인 감성이 느껴집니다.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을 떼기가 힘듭니다.(저도 하루 만에 다봄) 입체적이고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복잡한 플롯을 짜는 그의 능력은 스티븐킹도 인정하였습니다.
입체적인 캐릭터
해리스는 야심 찬 FBI 훈련생 클라리스 스탈링과 싸이코패스 정신과 박사(의사)로 악명 높은 한니발 렉터 박사를 창조했습니다. 말이 안 될 것 같은 이 캐릭터들의 조합은 리얼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양들의 침묵'을 스릴 넘치는 영화로 만들어 줍니다. 스토리로 인한 캐릭터 전개와 상호작용은 매우 깔끔하고 인간적이어서 그들의 삶에 몰입하고, 두려움을 느끼고,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이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캐릭터설명과 대략적인 줄거리
FBI 훈련생: 클라리스 스탈링
젊고 야심찬 FBI 훈련생인 클라리스 스탈링은 이미 수감 중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를 인터뷰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또 다른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을 체포하는 데 도움이 될 귀중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함입니다. 이야기 전반에 걸친 스탈링의 캐릭터는 2023년 현재엔 페미니스트적인 요소가 보입니다. 초보 FBI 훈련생에서 자신감 넘치는 형사로 진화하며 두려움에 맞서고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지능을 풀가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극 중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악명 높은 식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
양들의 침묵의 진 주인공 렉터 박사는 공포적인 카리스마를 뽐내면서도 동시에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입니다. 그의 끔찍한 과거와 어딘가 나사가 빠진것 같지만 명석한 두뇌는 그를 무시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듭니다. 그의 끔찍하고 기괴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의 언변과 매력에 점차 빠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래서 사이코패스와 사랑에 빠질 수도 있는 거구나...' 하실 거예요. 스탈링과의 케미는 극 중 가장 강렬하고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연쇄 살인마: 버팔로 빌
버팔로 빌은 피해자의 피부를 벗겨내는 기괴한 성향을 가진 연쇄 살인범으로,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독자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듭니다. 그의 끔찍한 행동과 뒤틀린 살인 동기는 사건에 공포를 더하여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개봉 후 반응
'양들의 침묵'은 개봉과 동시에 거의 모든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미 설정부터가 그 당시 생각하기 힘든 구성인 데다가 가슴 뛰는 스토리라인, 앤소니 홉킨스, 조디 포스터의 미친것 같은 연기력, 심리 스릴러 장르에 대한 또 다른 접근 방식에 대한 찬사를 받았습니다. 비평가와 관객 모두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느끼고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플롯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수상
양들의 침묵은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습니다.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색상 등 상위 5개 부문에서 모두 수상한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로 그 당시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서스펜스 스릴러에 새로운 대안 제시
인간성
"양들의 침묵"은 인간 심리의 상호 작용을 탐구하며 다양한 감정과 두려움을 보여줌으로 등장인물들이 섬뜩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해리스의 수동적인 작법과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사이코패스, 범죄심리학에 대한 연구와 심화를 통해 고전적인 심리 스릴러로 탄생했습니다.
공포의 힘
이 이야기에서 두려움은 도구로서 훌륭하게 작용됩니다. 신체적 두려움은 둘째 치고 내면의 악마에 대한 두려움, 과거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두려움까지. 이러한 기이한 두려움의 묘사는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고 관객에게 끊임없이 되묻습니다. 이러한 공포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소름 끼치는 범죄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고 싶어 계속 다음 장면을 유추하고 기대하게 만듭니다.
아이콘
양들
제목의 양은 순수함과 연약함을 상징합니다. 양은 스탈링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반복되는 악몽 속 양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그녀의 지속적인 투쟁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으며 우리 자신의 두려움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열망을 상기시킵니다.
나방
나방, 특히 죽음의 머리 호크모스는 이 이야기에서 또 다른 아이콘입니다. 버팔로 빌의 희생자에게서 발견되는 나방은 변화를 상징하며, 버팔로 빌의 불편해 보이는 행동의 중심이 됩니다. 나방의 상징성은 또 다른 생각을 자극합니다.
개인적인 리뷰
"양들의 침묵"은 원작의 힘이 그대로 배우들에게 전달되어 아직까지 마스터피스로 남아있는 듯합니다. 각각 이어지는 씬들의 촘촘한 구조나 거기에 반응하는 캐릭터까지, 인간 심리의 허점을 비집고 들어와 섬뜩한 감정전달을 통해 개봉 후 32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됩니다. 서스펜스와 심리적 음모를 엮어낸 내러티브는 과거 명작 중에도 있었지만 입체적인 서사구조와 배우들의 레전드연기가 스릴러 장르의 고전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이후 '양들의 침묵'은 해당 장르의 수많은 후속작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관객의 눈높이를 한차원 다른 곳에 올려주고, 스토리텔링과 영화제작에 에 대한 높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양들의 침묵에서 특정 등장인물의 묘사와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심리를 내포한)폭력성은 관객에게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첫 개봉 당시 뉴스에 나올 정도로 충격에 빠졌었죠. 이러한 논쟁은 모든 예술을 통틀어 문화적인 합의 없이 강제 진공 상태로 존재할 수 없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양들의 침묵'은 심리 스릴러의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싸이코패스에 대한 강력한 인상을 남긴 이 영화는 이후에 얼마나 많은 사이코패스 영화가 나왔는지를 보면 될 일입니다. 사실 저는 강렬한 영화는 지양하는 편이지만, 양들의 침묵을 보고나서는 신기하게도 생명의 소중함과 사이코패스에 대한 매력만이 남았습니다. 사이코패스를 미화할 생각은 1만큼도 없지만,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호기심이 일곤 합니다.
결론
양들의 침묵은 세상이 멸망하기 전까지 클래식 문학 작품이자 영화로 남아 있을겁니다. 요즘 세상이야 이것보다 더한 영화들이 차고 넘치지만, '직접적인 표현 없이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공포와 두려움을 생산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 최근엔 대부분 자극만이 가득한 영화만 나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고전 서스펜스 스릴러를 원하는 분이라면 무조건 필수 시청을 권합니다. 많이 쪼여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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